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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오래 살려고 하기보다 품위있게 죽고 싶어요"

고통스런 항암치료 대신 죽음 받아들이며 준비 그 동안 못다한 일 하며 가족과 함께 마지막 맞이 '웰다잉' 캠페인 영향 받아 한인들도 호스피스 선호 지난해 6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20대 말기 암환자가 '존엄사'를 내세워 의사가 처방한 독극물을 마셨다. 브리타니 메이너드(29)는 악성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은 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존엄사를 예고해 미국에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메이너드가 거주하는 오리건주는 '사망존엄사법'에 따라 시한부 환자는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복용해 존엄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메이너드처럼 오래 살기보다는 품위있게 죽음을 맞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세인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생겨난 새로운 현상이다. 이는 남가주에도 확산 추세다. 웨스트 LA에 있는 시더스사이나이병원의 지원치료병동(Supportive Care Medicine)에서 만난 제임스(가명)도 그중 한 명이다. 뉴아메리칸미디어 주최로 지난해 열린 '완화치료 및 호스피스' 컨퍼런스를 통해 방문한 시더스사이나이병원은 지원치료병동에서 말기 환자들에게 호스피스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말기암 진단을 받은 부인의 마지막 열흘을 이곳에서 함께 보내면서 죽음을 함께 준비할 수 있었다는 제임스는 "아내가 평화롭게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말했었다"며 "가족과 친구, 친척 등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다 행복하게 떠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수년 전 수술받은 유방암이 재발되면서 뇌까지 번져 말기암 진단을 받았던 제임스의 부인은 고통스런 항암치료 대신 호스피스 서비스를 선택한 것이다. 제임스는 "통증을 줄여주는 약물치료가 전부였지만 아내는 떠나는 순간까지 평화로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선택하는 한인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위암 말기로 최근 3~6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은 존 김(가명·74)씨도 항암치료 대신 호스피스 서비스를 선택했다. 호스피스 의사는 간호사와 함께 이틀에 한번씩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찾아와 면담하고 통증 상태와 영양 상태 등을 체크한다. 김씨는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살려면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생존할 가망성도 없는 항암치료를 받으러 다니는데 쓰고 싶지 않았다"며 "남은 시간은 자녀들과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서 못다한 일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장녀인 캐런 김(가명·44)씨는 "아버지의 결정을 처음엔 반대했지만 편안한 얼굴을 보니 위로를 받는다"고 전했다. 한인들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소망소사이어트에서 벌이는 웰다잉(Well-dying) 캠페인이 적지않은 영향을 줬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소망소사이어티는 '준비된 죽음을 맞자'는 슬로건 아래 유언장과 사전의료지시서(Advance Healthcare Directive) 작성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설립자인 유분자 회장이 간호사로 20여 년을 일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 유 회장은 신생아실에서, 화상 환자를 담당하면서, 또 너싱홈에서 5년간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환자와 가족들을 목도한 경험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남편과 사별하고 형제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죽음은 준비할수록 더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유 회장은 "가까운 곳을 여행할 때도 준비하는데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이라면 더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며 "죽음을 준비하려면 가족들끼리 대화를 해야 한다. 또 정부가 제공하는 호스피스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 정보도 알아둘 것"을 조언했다. 이에 대해 칼 스타인버그 시에라패밀리헬스의 최고 경영자(CEO)는 "사람들이 호스피스를 죽기 전에 방문하는 장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호스피스 서비스는 집에서도 받을 수 있고 병원에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인버그 CEO는 이어 "일반 병원에서 의사들은 암을 없애는 게 우선이고 통증을 없애는 건 그 다음이지만 호스피스 의료진에겐 그 반대"라며 "전문가가 사람과 증세에 따라 고통을 약화시킬 수 있도록 처방한다. 환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지키며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장연화 기자

2015-02-16

[인터뷰]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회장…"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 가장 안타까워"

처음에는 잘 사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 '웰빙(Well-being)'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웰에이징(Well-aging)'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웰다잉(Well-dying)'으로 차츰 캠페인을 옮긴 소망소사이어티의 유분자 회장(80·사진)은 "준비한 만큼 떠나는 길이 더 쉬워진다"는 말로 웰다잉의 뜻을 설명했다. 2007년 8월 창립한 비영리기관 소망소사이어티에서 하는 운동은 크게 '유언서 작성'과 '장례절차 간소화', '시신기증'이다. 갑작스런 사고나 병으로 의식불명 상태가 됐을 때 병원에서 받는 의료치료를 결정한 '사전의료지시서' 작성도 돕는다.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준비된 죽음을 맞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작성된 유언서와 사전의료지시서는 지난해 말 현재 9283부다. 시신 기증 역시 지난 6년동안 715명이 신청해 28명이 사망후 기증했다. 그렇다고 죽음만 홍보하지 않는다. 삶과 희망도 나눈다. 바로 아프리카 케냐에 이어 중앙 아시아 국가에 '우물 파주기' 운동이다. 지금까지 300곳 가까이 우물을 기증한 유 회장은 지난 2008년 한국정부로부터 국민훈장(목련장)을 받았다. 지금도 우물이 생긴 지역의 어린이들을 교육시키는 유치원 설립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유 회장은 웰다잉 운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으로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라고 꼽았다. 한 예로 "고통없이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고안된 호스피스 서비스를 몰라 도움을 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고통스럽게 치료받다 사망하는 한인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유 회장은 지적했다. 유 회장은 이어 "죽음은 혼자 맞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겪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주위사람들을 힘들게 만든다. 나의 죽음을 준비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영행을 준비하듯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한인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문의: (562)977-4580 장연화 기자

2015-02-16

케어피플 홈헬스 & 호스피스, ‘한인복지의 요람’ 우뚝

워싱턴 일원의 대표적인 홈케어 업체인 케어피플이 다양한 홈헬스와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한인복지의 요람으로 자리잡고 있다. 케어피플 홈헬스 & 호스피스(CarePeople Home Health & Hospice, 대표 홍은경)는 최근 버지니아 주정부의 자격증 취득과 함께 커뮤니티 헬스 인증프로그램(CHAP, Community Health Accreditation Program)을 통해 메디케어 호스피스 서비스의 승인을 받았다. 호스피스는 의학적 치료로 질병을 치유할 수 없을 때 시한부 환자들이 임종하기까지 마지막 몇 달 동안 통증관리와 불안감 완화, 환자와 가족에게 의료 및 정신적 위안을 제공하는 홈케어 서비스를 말한다. 케어피플은 머지 않아 임종이 예견되는 말기 환자와 가족을 위해 환자가 있는 집이나 간호시설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한인 의사와 간호사, 소셜워커, 성직자, 조무사, 자원봉사자, 사별후 상담자 등으로 구성된 호스피스팀을 별도로 만들었다. 호스피스 비용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로 100% 충당되기 때문에 환자나 가족에게 부담이 없다. 호스피스 완화의료협회(NHPCO)에 따르면 1968년 호스피스 프로그램이 도입된 이후 말기 질환 환자 등에 대한 입원간호와 가정간호 서비스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1982년 호스피스 서비스가 메디케어에서 인정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굳어지고 있다. 호스피스 이용자 수는 지난 2008년 125만973명에서 이듬해 134만1488명, 2010년 138만3839명, 2011년 146만1404명으로 증가했다. 2012년에는 약 153만5919명으로 늘었다. 2012년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한 사망자수는 111만 3000명이며 2011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 사망자의 절반 가량인 44.6%가 호스피스 서비스 혜택을 받았다. 2001년에 모든 메디케어 사망자 중 18.8%가 3일 이상의 호스피스를 이용했는데 2007년에는 30.1%로 증가했다. 메디케어 사망자 중 암으로 인한 사망자를 조사한 결과 3일 이상 호스피스를 이용한 경우가 2001년에 36.6%에서 2007년에 43.3%로 증가했다.  2012년 기준으로 5560개 정도의 호스피스 관련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올해에는 호스피스 관련 단체가 이보다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같은 서비스를 한인들이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미국 호스피스 단체를 이용해야 하지만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한인사회의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케어피플이 호스피스 라이선스를 받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실시하자 한인사회에서도 호스피스 혜택을 받는 경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어피플 홈헬스 & 호스피스 팀은 환자가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필요한 약품과 의료기기, 물품을 공급할뿐만 아니라 호스피스 경력과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한인 간호사들이 직접 환자를 방문, 병으로 인한 불편함과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초점을 두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홍 대표는 “환자의 편안함과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의료와 간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서비스 범위는 환자와 가족의 요청과 각 분야 전문인들로 구성된 팀의 판단에 따라 조정되는데 호스피스 서비스는 하루 24시간 주 7일 동안 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호스피스 프로그램은 제한된 생명기간이 예측될 때 환자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가 호스피스 케어를 처방하고 환자와 가족이 편안한 삶과 통증관리를 위한 완화 치료를 원할 때 제공된다. 케어피플은 기존의 간병사 서비스와 재활치료에 이어 호스피스 서비스를 추가하며 원스톱 종합 홈케어를 제공한다. 케어피플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정부 자금으로 환자에게 병원 퇴원후 간병과 재활 홈케어를 케어피플 한 곳에서 제공할 수 있다. 케어피플은 워싱턴 일원에서 가장 크고 많은 한인 간호사들이 홈케어를 제공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이나 재활원 퇴원시 케어피플의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들 환자는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를 통해 본인 부담없이 간병사와 간호, 재활치료를 모두 제공받는다. 케어피플은 병원 입원시 고객이 전화를 하면 한인 코디네이터가 직접 병원을 방문, 퇴원 계획과 서류준비를 도와준다. 또한 병원이나 재활원에서 퇴원한 화자가 물리치료 센터까지 가기가 힘든 경우 집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기도 한다.  경력이 많고 밤낮으로 일할 한인간병사를 보유한 것도 케어피플의 큰 장점이다. 소변줄을 가지고 퇴원한 환자들이 수술부위 상처치료를 한인간호사에게 받고싶거나 퇴원후 항생제·당뇨·항응고제 주사를 맞거나 혈액검사를 한인 간호사가 직접 해준다. 인공 심박기를 시술받은 환자의 건강관리나 호흡곤란으로 산소를 사용하고 간호사의 지속적인 폐질환과 고혈압 관리가 필요한 경우 호스피스 간호까지 할 수 있는 유일한 한인 운영 홈케어인 케어피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케어피플은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60세 이상 한인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2009년 홍은경 대표가 직접 설립한 케어피플 홈헬스는 지난 2010년 1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주정부 승인을 받은 후 한인사회와 베트남, 중국커뮤니티 등을 대상으로 단기 간병사 교육을 실시해 왔다. 라티노들을 대상으로 한 스페인어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월 타이슨스 코너에서 애난데일로 이전한 케어피플 홈헬스는 주 5일 간병사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한 수강생에게는 취업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영어소통이 쉽지 않은 아시안 노인들에게는 모국어를 하는 간병사를 원하고 있어 케어피플 홈헬스의 간병사 파견에 대한 호응이 좋다. 이 회사는 또 메디케이드 수혜자들이 본인 부담없이 간병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어 간병사 수업은 매달 첫째주 시작하며 일주일 동안 40시간 교육이 제공된다. 케어피플 홈헬스측은 병원이나 재활원 퇴원 후 자택 물리 치료, 작업 치료, 언어 치료와 한인 간호사 서비스가 메디케어와 보험혜택만으로 본인 부담없이 집에서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호스피스 서비스에 직접 참여해 환자들을 돌보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며 “한인들뿐만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이민자들에게 다양한 홈케어 서비스를 최고의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571-297-4747(24시간 전화) ▷인터넷: www.CarePeople.net ▷주소: 7620 LittleRiver Turnpike #500 Annandale , VA 22003 박성균 기자

2014-10-08

[세상 속으로] 간암 말기 한인 시한부 환자와 필그림교회 호스피스 돌봄 프로그램

작년 10월부터 주 3~4회 셸터 방문 간호 병원 오갈 때 손발 역할…말벗 돼주기도 사람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떠나야만 하는 길이 있다. 누구라도 마지막 순간 죽음이라는 운명을 피할 순 없다. 그 길을 잘 떠나기 위해서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다. 곁에서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각박한 이민 생활을 살면서 가족도, 금전적 여유도 없이 갑작스럽게 세상과의 이별을 맞게 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뉴저지주 파라무스에 있는 필그림교회(담임목사 양춘길) 사역센터의 ‘호스피스 돌봄 프로그램’ 봉사자들이 그들. 지난 2009년부터 ‘삶의 편안한 마무리를 위한 총체적 돌봄’이라는 호스피스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간암 말기 환자 박모(50)씨의 마지막 순간을 돌보고 있다. #아름다운 마침표 찍기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 필그림교회 호스피스 프로그램의 리더를 맡고 있는 양유환 장로는 뉴저지주 패터슨의 하나선교회(대표 김항욱 목사)를 찾았다. 이 곳의 셸터에서 지내고 있는 박씨를 보기 위해서다. 양 장로와 박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앞서 10월 20일 홀리네임병원 응급실을 찾은 박씨는 말기암으로 인해 더 이상의 삶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무런 가족도, 재산도 없다는 박씨의 사정을 듣고 병원 측은 필그림교회 호스피스 프로그램에 연락을 했고 양 장로가 박씨를 찾아왔다. 이후 양 장로와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은 1주일에 3~4번씩 병원에 입원해 있는 박씨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시한부 판정을 받은 박씨가 무작정 병원에 입원해 있을 수는 없었다. 박씨가 월세로 살던 팰리세이즈파크의 집 주인도 박씨가 돌아오는 것을 꺼렸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던 박씨를 품은 것은 패터슨에서 노숙자·빈곤층 주민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는 하나선교회였다. 여기에 홀리네임병원 측도 어려운 형편의 박씨를 돕기 위해 모든 병원비를 면제해주기로 결정했다. 올 1월부터 박씨는 하나선교회 셸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무도 찾는 이들이 없는 가운데 유일한 낙이 있다면 양 장로를 비롯한 호스피스 봉사자들의 방문이다. 양 장로는 “지난 2009년부터 10여 환자들의 마지막을 도왔지만 박씨가 가장 어려운 경우”라며 “불체자인 데다가 미국에 가족 한 명이 없다”고 말했다.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내려진 지 8개월이 지났지만 박씨는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응급실을 3~4차례 찾는 등 긴박한 순간도 있었지만 배에 찼던 복수가 빠지고 퉁퉁 부었던 다리의 붓기가 빠지는 등 이제는 다소 안정을 찾은 상태다. 그런 그를 곁에서 돌본 것은 호스피스 봉사자들이었다. 박씨를 찾은 양 장로는 그의 배부터 살폈다. 또 다시 복수가 차오를까 싶어서다. “밥 먹는 데 불편한 것은 없나요?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 “괜찮습니다. 등에 있는 딱지가 좀 가렵습니다.” “그거 떼면 안 되요. 내가 연고 발라 줄게요.” 맨해튼·플러싱·뉴저지 등지에서 식당 주방장으로 일했다는 박씨의 유일한 희망은 한국에 있는 자녀들을 보는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몸이 건강해진다면 다시 일하고 싶습니다.” 그는 약 10년 전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배워보자”는 식당 사장의 권유로 함께 미국을 찾았다. “사장이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미국에 왔는데 그냥 가기는 뭐해서 돈이라도 조금 벌고 돌아가자던 것이 벌써 10년이 흘렀습니다. 처음 2~3년간은 한국의 가족들과 통화도 하고 그랬는데, 사는 게 바빠서 어느덧 연락도 끊겼네요.” 다른 과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재 유일한 소일거리가 성경 읽기라고 말한 박씨는 출애굽기의 한 구절을 매일 같이 읽고 있다고 말했다. 출애굽기 16장 “나는 너희를 치유하는 여호와임이라”이다. 그는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국에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양 장로 역시 박씨의 소망을 알고 있다. 그는 수소문 끝에 한국에 있는 박씨의 아내와 형제들과 연락을 했지만 여건상 박씨를 보기 위해 미국에 올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양 장로는 “가족들이 원하진 않지만 한국 논산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박씨를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박씨의 임시 여권이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건강만 호전된다면 박씨를 한국으로 보내 잠시라도 가족들과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양 장로와 호스피스 봉사자들이 박씨의 가족 역할을 하고 있다. 응급실에 가거나 약을 받아와야 할 때 박씨의 손발이 돼주고 있다. 또 수시로 그를 찾아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찬송을 부른다. 그의 유일한 말벗도 이들이다. 양 장로에 따르면 현재 박씨의 건강 상태는 보호자가 있더라도 비행기를 타기 어려운 상태다. 곧 있을 병원 검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담당의가 한국행을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양 장로는 “이 곳에 가족이 없기 때문에 박씨의 장례 절차도 준비해놨다. 이 역시 호스피스의 사명이라는 생각”이라며 “’산다면 가족의 품으로, 죽는다면 하나님의 품으로’란 생각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스피스 전문 센터 필요 양 장로는 “사실 호스피스는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선고가 내려진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박씨처럼 오랫동안 돌본 경우가 없다”며 “박씨의 사례를 통해 배운 것이 많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불체자 등 신분이나 경제적 상황 때문에 제대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한인들을 위한 전문 호스티스 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필그림교회 호스피스 프로그램의 봉사자가 되려면 6주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매년 두 번의 정기교육과 네 번의 보충교육을 계속 받아야 한다. 이렇게 교육을 받은 20여 명의 봉사자들이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양 장로의 설명이다. 양 장로는 “홀리네임병원이나 밸리병원 등에서 시한부 선고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봉사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한 병원에서 도움이 필요한 불체 신분의 환자가 있다고 요청한 상태지만 박씨 등을 돌보는 데도 손이 많이 부족해 대기 상태”라고 말했다. 유니스 강 홀리네임병원 코리안메디컬프로그램(KMP) 홍보 담당도 “시한부 환자에게는 의학적인 치료보다는 호스피스들의 도움이 더 필요하지만 한인 대상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양 장로는 “전문 기관 설립을 위해서는 의사·간호사·상담사·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일손이 필요하다”며 “공간 마련과 재정적인 안정을 위한 기부와 이사회 설립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호스피스는 결코 치료를 포기하고 수동적으로 임종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환자들이 끝까지 삶의 의미를 포기하지 않도록 사랑으로 돌봐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도움을 받을 길이 없는 한인들을 위한 전문 호스피스 기관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호스피스 봉사 및 지원 문의. 201-461-0909. 서한서 기자 hseo@koreadaily.com

2014-06-09

"치매도 호스피스 이용 가능"

"중학교때 몸이 아파서 휴학을 하고 집에 있었는데요. 평생을 목회하셨던 할아버지가 중풍에 걸려서 수발을 도왔죠. 그때 병상의 어른이 있는 집안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배웠죠." 수년전 하버드에 입학한 여학생이 어린 시절 할머니의 투병을 보면서 의사가 되리라고 다짐했다는 에세이를 써서 입학 허가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최승호(사진) 박사에게도 이와 비슷한 기억과 다짐이 있었다. 최승호 박사는 풀타임을 3개나 갖고 있는 무척 바쁜 내과 전문의다. 우선 본업은 내과 및 노인과 의사다. 개업한지 20년이 넘었다. 또 다른 직업은 ER닥터다. 위티어 지역 응급실에서 근무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갖고 있는 것이 할아버지와의 함께한 어린 시절의 깨달음 때문에 시작한 호스피스의 대표다. 그의 그레이스 호스피스는 한인이 운영하는 유일한 곳이지도 모른다. 그는 대표이기도 하지만 의사로서 가가호호 방문하는 의사중 한명이기도 하다. "1989년 UCLA에서 노인과 과정을 밟기까지는 너싱홈을 하게 되면 환자 본인도, 가족도 모두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때 호스피스라는 것을 알게 됐고 1991년 개업의를 하면서도 조금씩 준비했죠." 막상 중풍으로 고생하셨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너싱홈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때까지 가졌던 어른으로서의 권위도 살리고 행복한 말년을 보낼 수 있는 것을 돕는 것이 바로 호스피스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6개월 시한부를 받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말년을 제공하지만 요즘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 치매가 있는 사람들도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가 2006년 세운 그레이스 호스피스는 현재 30여명의 스태프로 구성돼 있다. 한국어가 완벽하게 지원된다. 호스피스 케어는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시한부 판정 환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또 최승호 박사가 강사로 나서는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호스피스 설명회가 26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실버레이크 메디컬센터에서 열린다. 그는 이날 호스피스 케어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의외로 한인들에게 많은 호스피스에 대한 오해를 풀어줄 예정이다. ▶주소: 1711 W. Temple St. LA ▶문의:(213)989-1600 티파니 김, gracehospiceinc.com 장병희 기자

2014-04-23

"말기 환자들 아름다운 마무리…호스피스 제대로 알고 활용을"

"호스피스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모든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태가 호전돼 벗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호스피스의 목적은 평화로운 마무리입니다." 삶을 마무리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때 사람들은 여러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선. 이중 하나가 바로 호스피스를 택하는 경우로 너싱홈과는 경우가 다르다. 너싱홈은 간호진이 대기하고 있지만 가족과는 떨어져 있어야 한다. 반면 호스피스는 가족과 함께 일생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일부 말년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사람만을 빼고는 이를 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고 있고 이런 선택을 돌보는 곳이 호스피스 프로그램이다. 불법체류자도 혜택의 대상이다. 이렇게 막다른 곳에 몰리는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은 AIDS, 루게릭병, 알츠하이머, 치매, 암, 심부전증, 폐병, 말기 신장병, 신경쇠약, 중풍, 노환, 호흡기 질환 등이다. 모두 기기와 방문 의료진이 필요하다. 김성준 목사(로뎀나무아래 교회 담임)는 "병원에서는 나름 역할이 있기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할 수 밖에 없지만 호스피스는 연명보다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추구한다"면서 "말년을 고통스럽지 않게 완화치료와 가정방문 치료로 호스피스 프로그램이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기 암 환자의 경우 극심한 고통을 수반합니다. 수면 장애, 복수, 호흡곤란 등 증상이 오죠. 남은 삶을 가족과 함께 의미있게 하는 것이 그래서 인간적인 겁니다.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붙들고 있는 것은 환자 본인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호스피스는 그래서 오해도 많이 받고 잘못 알려진 것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의료진들은 아예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여 환자들의 권리를 뺏기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환자들의 권리중 하나인 '품위있는' 마무리를 위해서 선택의 하나로 현재 보다는 더 자유롭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김목사의 견해다. 그레이스 호스피스(원장 최승호)가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여는 호스피스 설명회 행사에 김목사가 강사로 나서는 이유다. 그는 이날 호스피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의: (213)989-1600 글·사진=장병희 기자

201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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